나의 한숨과 닮아있는 책 ‘몽해항로’
좋은 시는 몇 번 접한 적이 있지만, 시집을 접한 적은 없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도. 시집은 전문서적과 같이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다소 난해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자리잡혀 있어 책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떫은 감과 같았다. 그렇다고 ‘몽해항로’라는 시집을 통해 나의 시집에 대한 관념이 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역시 어려웠고 의미를 다 수용하며 읽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에 역시 불편했다. 작품해설에는 고등학교 언어영역 문제지의 답안지처럼 시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겠지 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시를 읽는데는 한시간이 걸린 반면 해설을 읽는데는 3일이 걸렸다. 분량이 많은 글도 아니였는데 3일에 걸쳐 읽었던 것은, 떫은 감을 삼키듯 거부감을 갖고 읽었기 때문이다. 쓰여진 단어 및 문장도 어려웠거니와 사회에서 시가 갖는 기능 및 향후 시가 나아갈 방향 제시 등에 많은 이해를 요구하여 내용이 장황했었다. 과제가 아니였다면 중간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쥐어잡고 읽은 것은 아니였다. 1부를 읽을 때는 모든 단어의 의미와 작가의 느낌을 읽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면, 그 뒤부터는 글에 대한 나의 느낌과 해석에 치중해서 글을 읽었고 그 안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어낼 수 있었다. 글쓴이는 나보다 한참 연배가 있는 사람이고, 시인이니만큼 삶에 대한 관찰과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인데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어두운 시선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게 의아했다. 그것은 때론 위로가 되었고 때론 슬픔이 되었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주변 또래친구들에게는 찾기 어려운, 나와 같은 ‘얼룩’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한 위로와, 삶의 중턱을 넘어 내려가는 사람과 어린 내가 비슷한 시선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슬픔. 사실 난 아직 「저공비행」에서 말하는 ‘푸른 것’이여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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