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모기마을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얻게 된 곳이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이 지역은 이론 봄부터 늦은 가
율에 이르기까지 모기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
다. 그런데 1960년대까지 이곳은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 마을 앞
논과 밭에서 벼와 채소 등이 자라고 또 경작지 건너편으로 작은
외항강이 흐르는데 장어와 숭어 등을 잡을 수 있었으며, 조금 아
래로 내려가면 바다가 바로 펼쳐지고 그 아래쪽에 장생포항이 있
어서 고래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 말
부터 강 건너편에 석유 화학 시설이 들어서고 점차 단지가 커지
면서 그곳에서 공해 연기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밑으로는
구리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온산공단도 들어섰다. 이런 곳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일부는 마을 밑의 거대한 저습지에 매립되었는
데, 거의 모든 생명체는 죽고 갈대만 무성하게 자라면서 이곳이
모기의 집단 산란처 역할을 하고 있었다. 1980년대 어느 시점부
터 추위가 물러갈 즈음이면 여지없이 모기떼가 천지사방에 들끓
기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이곳 마을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행정관청에 여러 차례 민원
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빈 대답뿐이었다. 마침내 주민들이
서울로 집단 상경하여 국회 앞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20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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