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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오르__반복

키에르케고오르 / 반복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어요

류숙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가까스로 벼랑의 끝을 잡고 매달려 있는 여자가(이미 죽음쪽으로 생명은 가 있었으면서도 그 어떤 환희에 넘친 얼굴을 들어) 벼랑 위에 굳건히 두 발을 삶쪽으로 딛고 서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하여 나는 이 세상에 왔어요 오래 전에 본 흑백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때 남자는 여자를 향하여 뒤돌아 서있어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볼 수가 없었다. 표정이야 꼭 얼굴을 통해서만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남자도 여자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었다. 지금 저 흑과 백이 다른 모든 색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듯이 영화 속의 상황은 종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무한의 한 순간이 단지 드러나 보인 것에 불과하여서) 이후에도 저들의 사랑은 계속되어질 것이다. 하여 당연히 비극적으로 보여야 할 장면에서 나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아침 신문에서 동전만 넣으면 원하는 상대방의 신상메모와 연락처가 나온다는 기계의 사진을 본다. 우울하다. 그런 것마저도 동전 몇개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 것인가 그 우울함을 털어버리려 신문지를 접어놓고 나는 평생을 걸쳐 한 여자를 사랑한 아름다운 한 남자의 내면 고백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히틀러는 한 유태인 종교가를 찾아갔다. 네가 신을 알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당장 내게 그 신을 보여달라. 종교가는 말 했다. 기꺼이 보여 주겠다. 밖으로 나가 쏟아지는 빗속에 십오분 동안만 서 있어보라. 그런 연후에 하늘을 올려다보라. 십오분 후 흠뻑 비를맞고 들어온 히틀러는 분노하고 있었다. 신을 보지 못하였다,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가, 물었다. 그때 종교가의 대답이 벌써 신을 체험하지 않았는가, 신을 체험하려 빗속에 서 있었을 때 신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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