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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감성사전 感性辭典

그대의 질식된 언어가 되살아나면
그대의 소멸한 사랑도 되살아납니다.

언어는 생물이다....

원고지

삼라만상이 비치는 종이거울

겨울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을 피우지 않는다.
만물들이 마음을 비우고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 있다.
모든 아픔이 모여 비로써 꽃이 되고
열매가 됨을 아는 날까지 세월은 흐르지 않는다.
겨울도 끝나지 않는다.

방랑

아무런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일이다.
떠돌면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는 일이다.
외로운 목숨 하나 데리고 낯선 마을 낯선 들판을 홀로 헤매다
미움을 버리고 증오를 버리는 일이다.
오직 사랑과 그리움만을 간직하는 일이다.

망각

세월의 무덤 깊이 과거에 대한 기억의 시체들을 완벽하게 암장시켜 버리고 마침내 일체의
번뇌와 무관해져 버리는 상태.

바람

휴지조각들이 을씨년스럽게 날아오르는 겨울의 공터에서,
개나리가 오스스 꽃잎을 떨고 있는 봄날의 담벼락 밑에서,
바다가 허옇게 거품을 뿜으며 기절하는 여름의 해변에서,
낙엽들이 새 떼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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